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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칼 2.1 — 3.0을 접어서 2.1로 냈다

스토리를 넣은 3.0을 만들다가 스토리만 들어냈다. 남은 것이 2.1이 됐다.

3.0을 만들고 있었다. 스토리가 들어간 판이었다. 챕터가 있고, 대화 컷신이 있고, 지난 장면을 다시 볼 수 있고, 기행록처럼 제목이 붙는.

다 들어냈다.

남은 것을 2.1로 냈다.

왜 들어냈나

만들어놓고 해보니 이야기가 아니었다.

짧은 전투를 잘게 잘라 이어 붙이고 그 사이에 대사를 끼운 것이었다. 챕터라고 불렀지만 실은 전투 사이의 칸막이였다. 읽을 만한 것이 아니었다.

글은 직접 쓰기로 했다. 추상적인 배경과 읽을 만한 문장 중심으로 다시 짜기로 하고 4.0으로 미뤘다. 분량도 시점도 아직 안 정했다.

지우지는 않았다. codex/archive-3.0-story 가지에 그대로 뒀다. 보관한 시점의 검사 103개가 통과한 상태다. 되돌아올 일이 있으면 거기서 시작하면 된다.

메인에서 커밋을 강제로 되돌리지도 않았다. 스토리 작업은 애초에 메인에 합쳐진 적이 없다. 취소하는 커밋을 새로 얹으면 이력만 지저분해진다. 정리한 것만 순서대로 올렸다.

번호를 3.0이 아니라 2.1로

이게 이번 판단 중 제일 오래 걸린 것이다.

작업량으로 치면 3.0이라고 불러도 됐다. 캐릭터를 새로 그렸고, 혈전을 통째로 바꿨고, 메인을 갈아엎었다.

그런데 스토리가 빠지고 나니 남은 것이 전부 외형과 조작과 화면 대응이었다. 게임이 하는 일은 2.0과 같다.

3.0이라고 붙이면 숫자가 내용을 속인다. 다음에 진짜 스토리가 들어갈 때 쓸 번호도 없어진다.

2.1로 냈다.

혈전에 벽이 없어졌다

전에는 마당 안에서 싸웠다. 담이 있고 그 안에서 몰려오는 걸 버텼다.

이제는 들판이다. 사방으로 이어지고, 화면이 나를 따라온다.

혈전 화면. 담장 없는 넓은 들판에 마른 풀이 흩어져 있고 적 여덟이 사방에서 다가온다
버틴 시간 1:02, 남은 적 8. 담이 없으니 도망칠 곳이 생겼고, 동시에 숨을 곳도 없어졌다

메인이 바뀌었다

원래 3.0 메인에는 스토리 진척도 지도가 들어갈 자리였다. 스토리를 빼면서 그 자리가 비었다.

지도 대신 그림을 넣었다.

먹으로 그린 그림. 갓을 쓴 검객이 뒷모습으로 바위 위에 서서 안개 낀 산과 강을 내려다본다
메인 배경. 왼쪽 아래에 검객, 위쪽은 제목 자리로 비우고, 오른쪽은 메뉴 자리로 비웠다

이 그림은 손으로 그린 게 아니다. 내장 그림 생성 도구로 만들었다. assets/art/README.md 에 만든 날짜와 넣은 문구를 그대로 적어뒀고, 플레이 스토어의 AI 제작 표시에도 이 그림을 대상으로 잡아뒀다.

문구를 쓰면서 제일 신경 쓴 건 그림 자체가 아니라 빈 자리였다. 위 25%는 제목이 올라가니 거의 비우고, 오른쪽 45%와 아래 40%는 메뉴가 앉으니 옅게. 검객은 화면 가운데 40% 안에 두라고 못박았다. 그래야 폰이든 폴드든 잘려도 사람이 안 잘린다.

그림을 받아놓고 화면을 맞추는 게 아니라, 화면을 먼저 정하고 그림을 시킨 것이다.

마당을 넓혔다 — 1.1에서 안 했던 것

1.1 때 가로 모드를 넣으면서 마당을 안 넓혔다. 넓히면 가로로 세운 기록이 세로보다 유리해지니까. 순위표가 하나라서 그랬다.

이번에는 넓혔다.

기본 636에서 최대 12%까지, 화면이 허락하는 만큼 넓어진다. 좁은 폰은 덜 넓어지고 폴드를 펴면 상한까지 간다. 즉 기기마다 마당 폭이 조금씩 다르다.

1.1에서 세운 원칙을 이번에 푼 것이다. 그렇게 안 부르고 넘어가면 나중에 내가 나를 못 믿는다.

대신 이건 지켰다.

  • 전투 수치는 하나도 안 건드렸다. 저장과 순위 통신 코드도 그대로다.
  • 캐릭터·무기·공격 예고·들판은 정비율이다. 몸만 15% 키웠고 사거리와 맞는 판정은 그대로다.
  • 마당만 진짜로 넓힌다. 벽 충돌, 적이 나오는 자리, 길찾기가 전부 같은 경계를 쓴다. 보이는 것과 실제가 어긋나지 않는다.
  • 돌리거나 접어서 마당이 줄면, 밖에 남은 사람만 가까운 빈자리로 옮긴다.

그래도 12%는 12%다. 아직 안 풀린 문제로 남겨둔다.

되돌린 것 둘

화면 가로 늘림. 처음엔 화면 자체를 옆으로 늘렸다. 기기에서 보니 사람과 칼이 홀쭉해 보였다. 뺐다. 대신 화면은 그대로 두고 마당만 넓히는 쪽으로 바꿨다.

혈전 기록. 출시 직전 검토에서 혈전 점수가 저장되지 않고 있는 걸 찾았다. 새 화면을 만들면서 끊긴 것이다. 조작 안내가 한국어로 고정되던 것도 같이 찾았다. 둘 다 복원했다.

빌드 쪽도 손봤다. 빌드 폴더에 옛 소스가 섞이던 것을 막았고, 고닷이 오류를 뱉고도 성공 코드로 끝나면 실패로 처리하게 했다. 성공했다고 말하는 실패가 제일 나쁘다.

2.0은 사람들에게 간 적이 없다

2.0은 9월 8일 밤에 심사에 올렸다. 그리고 다음 날 그 심사를 취소했다.

2.1이 준비됐는데 2.0을 먼저 통과시킬 이유가 없었다. 버전을 2.1로 바꾸고 빌드 12를 붙여 다시 냈다.

9월 9일 오후 8시 42분에 접수됐고, 그날 승인됐다. 지금 앱스토어에 있는 건 2.1이다.

그러니까 코인과 상점이 들어간 2.0은 스토어를 거쳐 사람들에게 간 적이 없다. 2.0의 내용은 2.1 안에 들어간 채로 나갔다.

안드로이드는 아직 못 낸다

빌드는 나온다. 내부 테스트에도 올렸다. 그런데 공개를 못 한다.

계정에 프로덕션(공개 배포) 권한이 없다. 구글이 요구하는 조건이 있다 — 비공개 테스트에 12명이 14일 연속 참여해야 신청할 수 있다. 내부 테스트 기간은 이 조건을 대신하지 않는다.

12명을 모아야 한다.

바뀐 것

무엇2.02.1
혈전 무대담으로 막힌 마당사방으로 이어지는 들판, 따라오는 화면
캐릭터기존 그림검객·병종별로 새로 그림. 몸 15% 확대
쌍칼한 손 동작양손에 쥐고 걷고 벤다
마당 폭636 고정화면에 맞춰 최대 +12%
베기 버튼구르기와 겹칠 여지커지고 겹치지 않는다
처치 흔적2.0 표시회색 원으로 정리, 10% 축소
메인글자 메뉴검객 삽화. 최고 기록을 한 줄로
상점 궤적색만 보임현재 검객과 장착 무기로 미리보기
전투 수치·기록·구매—그대로

새 화면·조작·상점 검사 147개를 통과했다. 기존 전투 흐름과 순위 재전송 검사도 같이 돌렸다.

숫자를 줄이는 일

이번에 한 일 중 코드가 제일 적게 든 것이 번호를 2.1로 정한 것이었다. 그런데 제일 오래 걸렸다.

만든 게 아까우면 숫자를 올리고 싶어진다. 3.0이라고 붙였으면 더 큰 걸 낸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보이는 것과 실제를 안 어긋나게 하는 일에 이번 판은 대부분을 썼다. 마당을 넓히면서 충돌 경계도 같이 넓힌 것도, 빌드가 성공했다고 거짓말하지 않게 고친 것도 같은 일이다.

번호도 그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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